"역사 파괴가 지역 혜택이 될 수는 없다"
윌셔 잔디광장 재개발 계획에 '50년 역사' 유적지 승인 추진 랜드마크 지정으로 저지 계획 "환경 피해 없다는 개발사 주장 잘못된 보고서 근거해 만든 것" "반세기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건물과 잔디광장이 사라지는데 어떻게 환경적인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까." 지난 7일 시청에서 열린 윌셔 파크 플레이스 빌딩 재개발 공청회에서 주목을 받은 발언자 중 한 사람이 마르셀로 바발라씨다. 그는 유적지 보호 비영리단체인 LA보존위원회의 보존캠페인 담당자다. 공청회에서 그는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한편 현재까지 절차상의 문제점을 공개했다. 바발라씨는 "건물주인 제이미슨 측이 제출한 환경 피해보고서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시정부는 포괄적인 환경 보고서를 다시 작성토록 지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메일과 전화로 그를 인터뷰했다. -개발안 반대 이유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과 잔디광장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정부는 개발사측이 제출한 부적격 보고서를 근거로 심사하고 있다. 큰 문제다." -부적격 보고서란. "가주환경법에 따라 시정부는 개발계획안이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도(impact)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평가 등급은 4개다. '잠재적으로 크다(significant)', '경감책 쓰면 낮출 수 있다', '영향이 미비하다', '없다(No impact)' 등이다. 개발사는 잔디광장 철거시 환경 피해 정도를 '없다'고 평가해 시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피해가 없다는 근거는. "개발사가 만든 보고서는 'MND 보고서'다. 개발 지역 주변에 유적지 등이 없다는 전제 아래 제출하는 보고서다. 시정부가 건물과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MND가 아니라 유적지에 미칠 영향까지 분석한 '포괄적인 환경보고서(EIR)'를 개발사에 요구해야만 한다." -잔디광장의 역사적 의미는. "11층 건물과 잔디광장의 원래 이름은 각각 베네피셜 플라자와 자유의 공원(Liberty Park)이다. 베네피셜 보험그룹이 1670만 달러를 투자해 1967년 지었다. 이 건물만의 유일무이한 특징이 바로 2.5에이커의 잔디광장이다. 세계적인 조경계획가 피터 워커가 디자인한 U자형 광장은 인공적, 자연적 요소를 함께 품고 있다. 독립선언을 알린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 모형도 소중한 자산이다." -랜드마크 지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일단 '잠재적' 역사 자원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래야 현재 진행 중인 환경 평가를 재심사할 수 있고 개발을 잠정 중단시킬 수 있다." -공원이나 잔디광장이 역사물로 지정된 전례가 있나. "물론이다. LA한인타운 인근 에코파크도 역사보존지다. 잔디광장으로 조성된 자유의 공원은 역사적 맥락에서 건물과 하나로 묶어 보존되어야 한다." -역사보존지 지정 요건은. "역사-문화 기념물로 지정되려면 4가지 기준 중 최소 1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정부 혹은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정치.경제.사회적 의미가 반영되거나 저명인사 혹은 역사적 사건에 관계되어 있거나 특정 시기의 건축 양식을 상징하거나 저명 건축가, 설계사의 작품 등이다." -지정 과정은. "신청이 접수되면 문화유산위원회 1차 심사를 거쳐 전체 시의회의 최종 허가를 얻어야 한다." -역사지 지정으로 개발을 막을 수 있나. "재개발 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결국은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 개발 반대 의사를 시정부에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 -LA보존위를 돕는 방법은. "향후 개발안 심사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길 바란다. 또 기념물 지정 요구 서한을 시정부에 보내면 큰 도움이 된다." -개발 건물 소유주인 제이미슨 서비스는 개발안이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된다고 주장한다. "유산을 파괴하는 개발은 혜택이라고 볼 수 없다. 잔디광장이 지난 50년간 커뮤니티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었는지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역사지 지정 외에 개발 저지를 위한 다른 방법은. "말했다시피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반대 의사를 증언해야 한다. 또 해당 지역구(10지구) 시의원인 허브 웨슨 시의장 사무실에 반대 서한을 보내 압박해야 한다." -------------------------------------------------------------------------------------------------------------------------- [LA보존위원회는] 법정 투쟁 불사하는 유적 지킴이 38년간 50여 개 개발안 저지 LA보존위원회(LA Conservancy.이하 LA보존위)는 미국 최대 규모의 역사 사적지 보호 비영리단체다. 1978년 철거 위기에 놓였던 LA다운타운 중앙도서관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조직됐다. 당시 10명도 채 안 되는 지역주민들은 도서관 건물이 반세기 역사를 지닌 소중한 시의 자산임을 앞세워 철거 반대운동을 벌였다. 비록 소수였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여론의 공감대를 불렀고, 결국 철거 계획은 무산됐다. 38년이 지난 지금 이 단체는 연간 예산 300만 달러를 후원하는 회원 7000명, 자원봉사자 400명, 정규직원 15명으로 조직된 거대 압력단체로 성장했다. 1992년부터 24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는 린다 디시먼 국장은 "판에 박힌 재개발들이 계속될수록 도시의 독창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LA를 LA답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 건물과 구조물, 장소이고 동시에 거기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라고 보존운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까지 보존위가 지킨 유적지는 건물과 장소 등 50여 곳에 달한다. LA한인타운내 대표적인 보존 건물로는 윌셔불러바드와 윌셔 플레이스(3050 Wilshire Blvd.)에 있는 '블록(Bullock's) 윌셔', 윌셔와 웨스턴 교차로의 '윌턴 시어터' 등이 있다. 보존위는 유적지 보호를 위해 법정 투쟁도 불사한다. 현재 시가 추진중인 웨스트할리우드의 선셋 불러바드 선상 체이스뱅크 건물 철거에 대해서도 가주환경법 위반이라며 지난 1일 소송을 제기했다. 보존위가 지키지 못한 건물도 있다. 디시먼 회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랜드마크는 '로버드 케네디 스쿨'로 재개발된 앰배서더 호텔이다. 20여 년간 수차례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철거됐다. 보존위의 또 다른 역할은 유적지 교육과 홍보다. 문화해설 자원봉사자들이 동행하는 주요 사적지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3~12학년 학생들만을 위한 학급 투어도 동행한다. 유서깊은 극장 보호 운동의 일환으로 연 2회 진행하는 클래식 영화 순회 공연 '라스트 리메이닝 시트'도 인기 프로그램중 하나다. 정구현 기자